OpenAI 빌더 세션 참가 후기

얼마 전 OpenAI가 연 Build with OpenAI 빌더 세션에 다녀왔다. 신청을 넣고 자리가 잡혀서 가게 된 행사였는데, 짧은 시간 안에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제출하는 자리였다. 평소에는 Claude와 Codex로 그냥 코딩만 하던 입장이라, 정해진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야 하는 자리는 오랜만이었다.

세션은 오프닝부터 시작했다. OpenAI가 지금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를 먼저 짧게 들려줬다. 모델 자랑이라기보다 방향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결을 깔아 둔 뒤에 본격적인 빌더 세션이 이어졌다. 듣고 있다가 갑자기 손을 움직여야 하는 순서였다.

만든 것
챌린지 이름은 Codex's Day Off, 조건은 특이했다. 사람에게 보여 줄 데모가 아닌 Codex가 Computer Use로 직접 읽고, 클릭하고, 끝낼 수 있는 60초짜리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즉 사람이 아니라 AI가 플레이어인 화면.
매번 AI에게 코드를 시키기만 하다가, 이번에는 AI가 직접 쓸 화면을 설계해야 했다.

내가 낸 건 Last Green Gate였다. 세 미션을 끝내면 잠겨 있던 DND 스위치가 열리는 정적 HTML 경험이다. 첫 미션 Safe Pack은 시크릿은 두고 안전한 것만 챙기는 단계, Agent Dispatch는 남은 일을 helper agent에게 위임하는 단계, Inbox Quiet은 알림을 정리하는 단계였다. 셋을 다 끝내면 게이트가 열리고, 마지막 화면에 증거 문장이 남는다.
No pending fires. No secrets packed. Last green check complete.일이 다 끝났고, 시크릿은 챙기지 않았으며, 마지막 green check가 끝난다는 증거다. 만드는 동안 가장 까다로웠던 건 기능이 아니라 시점이었다. 이 화면을 볼 사람이 사람이 아니라는 점. 사람은 버튼 라벨이 좀 애매해도, 주변 맥락과 화면 흐름으로 '아 이걸 누르라는 거구나' 하고 알아서 메꿔준다. 그러나 Codex는 그렇지 않다. 설명되지 않은 의도, 숨은 메뉴, 애매한 버튼이 전부 실패 확률이 된다.
수상
평가 방식도 특이했다. 심사 전체를 Codex가 하나의 세션으로 진행했다. 1차는 500자 이하 프로젝트 소개만 보고 상위 10팀을 추렸고, 2차에서는 그 10팀의 결과물에 Codex가 Computer Use로 직접 들어가 평가 지표대로 점수를 매겼다. AI가 만든 경험을, AI가 직접 써 보고 채점하는 구조였다.
제출하고 나서는 사실 큰 기대가 없었다. 정적 HTML 한 장에 미션 세 개가 전부인, 화려할 것 없는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점수를 잘 받았다. 시상은 1등 한 팀, 2등 두 팀, 3등 세 팀으로 나뉘었고, 내 Last Green Gate는 3등 안에 들었다. 기분 좋은 결과였다.

그런데 마음속 깊이 자리한 건 의외로 순위가 아닌, 만드는 동안 작업 순서가 통째로 뒤집힌 것 같은 감각이었다.
느낀 점
평소에 Claude와 Codex로 코딩할 때는 AI가 실수하는 지점을 내가 잡는다. 반복되는 패턴이 보이면 harness를 다듬고, 경계를 세우고, 다시 돌린다. AI와 같이 일하되, 관리하는 쪽은 내가 맡는 구조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구조 자체를 내려놨다. Codex가 화면을 읽고 버튼을 누르는 쪽이 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판을 미리 잘 설계하는 것뿐이었다. 무엇을 만들지 전에 무엇이 실패인지를 먼저 정의했다. /goal로 목표를 한 문장으로 좁혔다.
60초 안에 끝나야 하고, 정적 HTML이어야 하며, 시크릿이나 로그인이 끼면 안 되고, 마지막에 저 증거 문장이 보여야 한다.
이 경계를 먼저 박아두자, 떠오르는 아이디어 대부분이 '좋은데 범위 밖'으로 정리됐다. 버튼은 다음 행동이어야 했고, 카드는 현재 상태여야 했으며, 마지막 화면은 정말 끝났다는 증거여야 했다.
그리고 Codex는 생각보다 잘 해냈다. 내가 끼어들 틈도 없이.
도구를 다르게 보게 됐다는 건 이 지점이다. 전적으로 맡겼는데도 잘 된 건, AI가 좋아서만이 아니었다. 실패 조건이 먼저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Claude와 Codex를 켤 때도, 만들기 전에 실패 조건부터 적어 보려고 한다.